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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영성/영성의 샘터

내 마음에 드는 사제

 

내 마음에 드는 사제


옛날, 어떤 돈 많고 신분 높은 사람이 있었는데 한 번은 그가 요즈음 많은 사람들이 아토스 성산을 찾아가는 것처럼 이집트의 사막 깊숙이 찾아갔다.

거기서 그는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는 덕망 높은 은수자를 만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수도자가 물었다. "당신은 고백사제가 있습니까? 그리고 고백성사를 받고 있나요?"

그가 대답했다.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찾고 있습니다. 내 마음에 드는 고백사제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쉽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얼른 정하지 못하고 찾고 있는 게 아닙니까!"

"그래요? 잘 찾아보시오. 그런데 그게 그렇게 쉽지 않을 겁니다."

 

이때 수도자는 자기가 잘 찾아보라는 말을 그 사람이 그대로 받아들인 것을 알고 이렇게 말을 이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만일 당신이 그런 사제를 찾으면 언제나 그 사제와 가까이하며 그를 고백사제로 모시고 마음에 있는 모든 것을 다 털어놓고 그 사제가 하라는 대로 하겠어요?"

"물론이지요. 바로 그런 사제를 찾는 겁니다. 내 마음에 들기만 하면야 무슨 말을 못하겠습니까?"

여기서 수도자는 그 사람의 '마음에 드는 사제'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그래서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선생, 당신은 하느님의 뜻을 따르도록 당신을 충고하고 고쳐주며 하느님의 길을 가도록 이끌어 주는 고백사제를 찾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듣기 좋아하는 이야기를 해 주고 당신의 비위나 맞춰 주는 그런 사람을 찾는 것 같소. 그건 틀린 생각이오. 그런 고백사제는 없을 것이오. 그러니 고백성사를 받을 수 없을 것이고, 시간은 흘러가고 결국 낭패를 당하는 것은 누구지요? 내 경험으로는, 고백사제는 당신의 마음에 꼭 드는 사람보다는 차라리 약간은 매정하고 무자비한 편이 나아요. 그래야만 당신의 잘못된 곳을 그대로 지적하여 충고해 주고 고쳐 주게 되지요. 그렇지 않는다면 어떻게 마음 깊숙이 숨어 들어가려고만 하는 우리의 죄와 악의 더러움을 뒤져내고 씻어 버릴 수 있단 말이오?"

정말로 그렇다. 고백사제의 책임은 이렇게 크다. 이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듣기 좋은 이야기나 해주고 비위나 맞춰 주는 사제가 있다면 그 사람은 영적 병을 고쳐 주는 영적 의사 즉 고백사제라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내 마음에 드는 고백사제는 환자의 환부를 사정없이 도려내어 살려주는 명의와 같은 그런 사제라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