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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영성/영적 아버지에게 듣다

성당에 꼭 가야만 하나요?

 

하느님은 어디에나 계신다고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기도하기 위해 반드시 성당에 가야만 하나요? 성당에 가서 우리가 무엇을 얻을 수 있습니까?

 

이는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품어 왔던 의문이었습니다. 기원 후 4세기에 이미 몇몇 그리스도인들이 당시 콘스탄티노플의 요한 크리소스톰 대주교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었습니다. 크리소스톰 성인의 답변은 우리에게도 도움이 되기에 요점만 이곳에 옮겨 적습니다.

 

"항구가 배에 안전을 제공하듯이 하느님의 성전은 그곳에 오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평화와 안정감을 제공합니다. 이는 예배시간만이 아니라 다른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성당 안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여러분은 일상생활의 근심 걱정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성당 안의 고요함, 수많은 성화들, 이런 모든 분위기가 여러분으로 하여금 현재는 잊고 미래를, 지상이 아니라 하늘나라만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냥 성당 안에 있기만 해도 이런 좋은 점들이 있지만 예배에 참석하면 더 많은 이득을 얻습니다. 사도들의 말씀을 듣게 되며 그리스도께서 몸소 우리 가운데 계시면서 복음의 말씀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시는 체험도 하게 됩니다. 게다가 성찬예배에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시면서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됩니다. 성당에 오지 않고 집에서 혼자 기도하면이 모든 것들을 맛볼 수 없습니다."

 

특별히 성당에서 매 주일, 그리고 큰 축일에 거행되는 성찬예배는 우리의 영적 생활에 아주 중요합니다. 성찬예배가 왜 그렇게 중요할까요?

성찬예배 때에 우리는 주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또한 주님께 우리의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주님은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십니다. 성찬예배에서 우리는 주님의 삶에 같이 동참합니다.

복음경을 통해 주님의 말씀을 듣고, 주님을 따라 골고타에 올라가며,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회개한 강도와 함께 "주여, 당신의 왕국에서 저를 기억하소서."라고 외칩니다. 주님의 희생에 대한 예식을 거룩한 제단에서 행할 때 "십자가와 무덤과 사흘 만의 부활과 하늘에 오르시어 성부 오른편에 앉으셨음과 영광 중에 다시 오실 것을 기념하여,"라고 기도를 드리듯이, 우리는 성찬 예배를 통하여,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지극한 사랑으로 우리 죄인들을 위해 행하신 모든 구원의 사역과 희생을 기억하고 동참합니다. 또한 우리는 주님께 봉헌물을 바치고 주님의 복을 기다립니다.

이 봉헌물로 드린 빵과 포도주는 거룩한 성체성혈 성사를 통해 진정한 주님의 몸과 피로 축성되고, 우리는 이것을 영함으로써 주님과 한 몸이 됩니다. 우리는 작은 것을 바쳤지만, 주님께서는 무한한 복으로 다시 돌려주시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세상에서, 우리의 삶에서 이보다 더 크고 놀라운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 무엇이 무한하신 하느님을 우리 안에 모시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유익하겠습니까? 그리고 이 거룩하고 신비로운 성찬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성당에 가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또 어디에게 있겠습니다.

다른 것은 꼭 성당일 필요가 없을지 몰라도, 이 성찬예배의 거룩한 은총에 참여하는 것은 성당에 가야만 가능합니다. 만약 성찬예배의 중요성과 의미를 아직 깨닫지 못했다면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성찬예배의 중요성과 의미를 배우기 위해 기도하십시오. 관심을 가지고 배우고 묵상하십시오. 왜냐하면, 우리가 예배에 참여하는 것은 육신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영혼도 함께 참여하기 때문에 우리의 영혼이 주님께 다가가는데 방해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아직도 성당에 가는 것을 귀찮아하거나, 무의미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성찬예배의 의미를 잘 깨닫지 못해서입니다. 그런데 성찬예배의 의미를 잘 깨닫기 위해서는 머리로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몸으로 실천해야 할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리가 합당하게 준비하고 참여하는 성찬예배여야만, 성찬예배의 은총을 더욱 분명하게 경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입니다.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성찬예배에 참여하기 전 아침에 할 일들을 남겨두지 마십시오. 일을 함으로써 몸이 피곤하여 예배에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성찬예배 전날 저녁에 늦게까지 밖에서 여가를 즐기거나, TV 시청을 하지 마십시오.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면 아침에 일어나기가 어려워 성찬예배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렵게 일어나서 성찬예배에 참여한다고 해도 수면 부족으로 인하여 제대로 예배에 집중할 수 없을 것입니다.

또한 과식이나 음주도 우리의 정신을 맑게 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교부들께서는 '금식'은 기도에 날개를 달아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교회에서는 성체성혈을 모시지 않더라고 신자들이 아침에 식사를 하지 않고 예배에 참여하도록 권면하는 것입니다.

또 성찬예배 참여 전날 저녁에 시간을 내어 다음날 복음말씀을 한 번 읽고 묵상하는 것, 성찬예배와 관련된 책을 읽고 그 의미들을 배우는 것, 또한 주님께서 우리를 축복하시어 "영적으로 참되게" (요한 4,24) 성찬예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영성체 전에 드리는 기도를 올리는 것 등을 실천하시면, 보다 깊은 성찬예배의 은총을 경험하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