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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영성/영적 아버지에게 듣다

주님께서 변모하신 까닭 (마태오 17,1~9)

 

 

그리스도께서는 왜 다볼 산 위에서 빛나는 모습으로 변모하셨고 이러한 주님의 변모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그리스도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제자들과 함께 생활하셨던 3년 동안 유다인들은 그리스도를 비난하고, 헐뜯고, 중상모략을 일삼았습니다. 결국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는 수모를 당하셨습니다.

 

이처럼 제자들은 주로 주님이신 그리스도의 인간적인 모습만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는 제자들에게 당신의 또 다른 모습인 신성한 모습을 보여 주시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께서는 다볼산 위에서 빛나는 모습으로 변모하신 것입니다. 

제자들은 그리스도의 신성한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후에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셨을 때에도 그것이 그분의 연약함 때문이 아니라 그분 자신이 원하셨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음을 깨닫고, 그리스도께서 하느님 아버지의 진정한 아들이었음을 온 세상에 증거하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태양처럼 빛나는 모습으로 변모하신 이유가 또 하나 있습니다. 그리스도 우리 주님은 하느님이시기도 했지만 우리와 같은 인간이셨습니다.

다볼산 위에서 변모하심으로써 주님은 신성이 우리의 인성을 빛나게 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말해서 우리가 선행을 행하고 거룩한 삶을 살면서 주님과 하나가 되면 우리도 주님의 빛을 받아 빛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마태오 5,16 / 필립보 2,15)

그러므로 우리가 믿음과 겸손으로 그리스도를 경배하며, 회개를 통해 우리 자신의 죄를 깨끗이 씻어내면 우리도 그리스도처럼 빛나는 사람들로 변모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세례는 조명 또는 빛을 받기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세례를 받고 나면 교회의 각종 성사로 거룩해져야 하며,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살아야 합니다. 이런 의미로 주님은 "의인들은 그들의 아버지의 나라에서 해와 같이 빛날 것이다." (마태오 13,43)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성서를 보면 주님께서 다볼 산에서 변모하실 때 주님의 모습이 "변하여 얼굴은 해와 같이 빛나고 옷은 빛과 같이 눈부셨다."라고 되어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빛은 어떤 종류의 빛인가요?

 

우리가 성서에서 보듯이 하느님은 빛이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변모 축일 조과의 엑사뽀스딸라리온에서 "빛이신 아버지의 사라지지 않는 빛이시며 말씀이신 분이여, 오늘 당신이 다볼산에서 보여 주신 빛 속에서 우리가 빛이신 아버지와 빛이신 성령을 보았으니, 이 빛이 세상 만물을 비춰주도다"라고 노래합니다. 이 빛은 하느님께서 만드신 태양이나 별에서 나오는 자연의 빛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신학적인 용어로 말하면 이 빛은 하느님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창조되지 않은' 빛으로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 주는 영적인 빛입니다. 그래서 정교회의 주변모 성화를 보면 주님을 둘러싸고 있는 빛이 주님의 몸에서 시작하여 바깥쪽으로 퍼져나가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들은 스스로 빛을 발하는 존재가 아니라 해에서 나오는 빛을 받는 존재들입니다. 하지만 주님은 스스로 빛이신 분이십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님이 변모하셨을 때 나타난 빛은 외부에서 주님을 비추기 위해 온 빛이 아니라 주님 자신의 내부에서 나온 빛입니다.

변모하신 주님 주위에 있는 원형의 빛을 우리는 '하느님의 영광'이라고 부릅니다.

 

 

주님이 변모하셔서 창조되지 않은 빛을 주위에 비춰 주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주님이 변모하신 사건은 십자가에 매달리시기 40일 전에 일어났습니다. 주님은 살아계시는 동안 항상 겸손한 모습만 보여 주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님이 고난을 받으시고 보잘것없는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시는 모습을 제자들이 볼 경우 주님의 신성에 대한 그들의 믿음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주님은 당신이 인간이시며 동시에 하느님이시라는 사실을 제자들에게 깨우쳐 주시기 위해 당신이 하느님으로서 지니신 영광의 일부분을 보여주시기로 한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은 변모를 하신 것입니다.

 

구세주 변모 축일 시기송(콘타키온)이 이 질문에 대한 보다 완벽한 대답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

"주께서 산에서 변모하시자 제자들이 감당할 만큼 주의 영광을 보았으니, 이는 주께서 십자가에 매달리심을 제자들이 보게 될 때 주님의 고난이 자발적인 것임을 알게 하시고, 참으로 당신이 하느님 아버지의 반영임을 제자들로 하여금 세상에 전파하도록 하기 위함이로다."

 

 

주님이 변모하셨을 때 나온 이 빛이 우리 정교회 교인들과 어떤 관계라도 있나요?

 

물론입니다. 그것도 아주 직접적인 관계가 있습니다. 우리 정교회 교인들은 세례를 받으면서 몸이 옷과 하나가 되듯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되었습니다. : 

"그리스도로 인하여 세례 받은 자들은 그리스도를 옷 입듯이 입었도다."

 

그리고 우리 정교회 교인들은 그리스도의 거룩한 몸과 피를 먹고 마심으로써 그리스도와 하나가 됩니다. 또 주님이 변모하셨을 때 구름 사이로 들려오던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 (마태오 17,5) 라는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우리가 주님의 명령에 순종하면 그리스도께서 변모하셨을 때 나온 그 빛을 우리도 받게 됩니다. "그리스도의 빛이 만물을 밝혀주도다"라고 사제는 미리 축성된 성찬 예배에서 외칩니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주변모 축일 성가에서 주님의 빛으로 우리를 비춰주시기를 주님께 간구하는 것입니다. : 

"하느님 그리스도시여, 오직 당신만이 선하시고 자애로우신 분이시니, 당신의 빛을 우리에게도 비춰주시고, 당신의 명령을 따르는 길로 우리를 인도하소서." (만과 트로파리온)

 

또한 구세주 변모 축일 찬양송에서 우리는 이렇게 애원합니다. : 

"하느님 그리스도시여, 당신은 산에서 변모하시어 제자들이 이해할 만큼 영광을 나타내셨으니, 테오토코스의 중보로 우리 죄인들에게도 영원한 빛을 비춰 주소서. 주께 영화로다."

 

하지만 우리가 그리스도의 빛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주님의 명령을 지키고, 지속적인 영적 투쟁을 통해 욕정에서 벗어나고, 겸손한 마음으로 회개를 드리고, 끊임없이 기도를 해야만 우리는 주님의 빛을 받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