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성화의 후광에 있는 문자들
주님의 성화를 보면 후광에 십자가가 그려지고 그 안에 세 가지의 문자가 쓰여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글자들의 의미는 무엇이고, 왜 그곳에 쓰여 있는 것인가요?
이 문자들은 기원전 2세기경에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 그리스어를 아는 70인의 유대인들이 본래 히브리어로 쓰여진 구약성서를 그리스어로 번역한 데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그리스도로 번역된 구약성서를 70인역이라 하며, 신약성서와 초대 교회 때부터 그리스도인들이 사용한 주된 구약성서는 바로 이 70인역 성서였습니다.
그런데 주님의 성화 후광에 쓰여진 Ο ΩΝ('오 온'이라고 읽는다)의 세 문자 중 첫 번째 문자 Ο 는 그리스어의 정관사이고 나머지 두 문자 ΩΝ 은 하나의 단어로 영어 be 동사의 현재분사인 being과 같은 의미입니다. 이 두 단어는 모세가 하느님께 이름을 알려달라고 요구했을 때, 하느님께서 대답하신 말씀입니다. "나를 너희에게 보내신 분은 '나'다."(출애굽기 3,14~15) 이것을 우리말로 풀이하면 "나는 있는 나다"(출애굽기 3,14) '나는 존재하는 나다', '나는 존재다'라는 의미가 될 것입니다.
또한 신약성서에도 요한묵시록 1장 4절을 보면 주님에 대해 "지금 계시고(Ο ΩΝ) 전에도 계셨고, 장차 오실 분"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상상으로 만들어낸 존재하지도 않는 신을 믿고 있었습니다. "영혼이 없고 말을 하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는 만들어진 우상을 숭배하였다."(시편 115,4~7)고 시편 기자는 한탄합니다.
한 분의 진정한 신은 존재하는 'Ο ΩΝ'입니다. 신약성서에서는 이 한 분 주님을 성부 성자 성령 세 위격으로 계시합니다. 신앙의 신조에서 우리는 성자에 대해 "모든 세대에 앞서 성부로부터 나신 하느님의 외아들이시며"라고 고백합니다. 다시 말해 성자는 성부와 똑같은 본성을 갖고 계십니다. 또한 성자는 성부와 똑같은 빛이시기에 "빛으로부터 나신 빛이시고, 참 하느님으로부터 나신 참 하느님으로서"라고 고백합니다. 그래서 그리스도께서는 "아버지와 나는 하나이다."(요한 10,30) 또는 "나를 보았으면 곧 아버지를 본 것이다."(요한 14,9)라고 말씀하십니다. 즉 하느님의 이름인 'Ο ΩΝ'은 그분의 아들이신 성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우리 교회에서는 초대 교회 때부터 주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믿음을 표현하기 위하여 참 하느님이시면서 참 인성을 취하신 주 예수 그리스도의 성화에 하느님의 이름인 'Ο ΩΝ'을 써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