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회 성당에 들어서면, 가톨릭 교회나 개신교회에서는 볼 수 없는 성화들과, 여러 성물들이 있고, 예배 때에도 아주 다양한 상징물들과 행위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들에 대해 다만 몇 가지라도 설명해 주십시오.
정교회 성당에 처음 찾아오는 사람은 그 선입견에 따라 받는 인상을 달리 합니다. 어떤 사람은 성소와 신도석을 구분하는 성상대와 예배에서 사용하는 분향, 대입당 때 들고 나오는 천사상 등을 보고 신성한 느낌을 받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색다른 느낌을 갖기도 합니다.
정교회가 사용하는 상징들은 선입견을 버리고 그 의미를 바로 알게 되면, 우리 영혼으로 하여금 마치 하늘나라에 있는 것 같은 신성한 분위기에 젖게 해 줍니다. 이러한 상징들은 초대 교회 때의 정신으로부터 이어져 오는 것이고, 그 기원은 신약과 구약 성서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중 몇 가지만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 성당 지붕의 돔은 가장 경이적인 성당이라고 찬탄을 받는 콘스탄티노플의 성 소피아 성당의 돔 형식에서 유래됩니다. 소피아 성당의 돔은 지상의 하늘나라를 표현하는 가장 적절한 표현입니다. 돔의 내부는 하늘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성당 안에 들어가면 하늘나라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돔의 정상에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전능하신 주관자로 그려져 있고 이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상을 굽어보시며 인도하시고 강복하신다는 의미를 표현합니다.
▹ 성화대는 하늘나라를 상징하는 성소와 세상을 상징하는 신도석 사이에 있는 것으로, 언뜻 보기에는 이 두 공간을 단절시키고 분리하는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분리의 인상은 일면적인 것입니다. 성화대에는 좌우에 있는 성소 출입문이 있고, 그 위에는 천사들의 성화, 그리고 중앙의 '아름다운 문'이 있고, 그 좌측에는 성모님의 성화, 또 그 우측에는 그리스도의 성화, 그 밖에도 여러 성인들의 성화가 모셔짐으로써, 성모님을 비롯한 성인들이 우리를 위해 그리스도께 중보하고 계시며, 중재자(디모테오 전 2,5)이신 구세주 그리스도께서 하늘나라의 성소와 지상 세계의 신자들을 연결하고 계신다는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이를 통해서 분리뿐만 아니라 연합과 일치의 의미, 그리스도의 중재하심, 성모님 성인들의 중보 하심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 주교좌의 주님 성화는 주님께서 대사제로 계시며 신자들을 가까이에서 보살피신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 봉독대는 그곳에서 봉독을 하고 설교를 하기 때문에 둘레에 주님을 비롯한 4 복음저자의 성화가 그려지고 주님께서 사람들을 가르치실 때는 언덕이나 높은 곳에 오르시어 가르치셨기 때문에 높게 만듭니다.
▹ 성소 가운데의 제단은 보통 돌로 만들어집니다. 그것은 주님의 돌무덤을 상징하는 동시에 그리스도께서 피 흘림의 희생 제물이 되신 골고다 언덕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제단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 위에서 피 흘림이 없는 제사인 성찬식이 거행되며 뒤에는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의 상이 세워집니다. 제단은 동시에 하늘나라의 옥좌를 뜻하며 그 위에 성 대목요일에 축성되는 주님의 거룩한 피와 살이 모셔집니다.
▹ 여섯 날개의 천사상는 주님이 계신 곳에는 어디에나 천사들이 둘러 서 있다는 성서의 계시에 따라 제단 뒤에 있게 되고 대입당 때 주님의 성체성혈 행렬을 앞에서 인도합니다.
이러한 상징들이 배치된 신성한 분위기에서 우리는 "성인들과 같은 한 시민이며 하느님의 한 가족임"(에페소 2,19)을 느끼고, 여러 어려움과 고통에서 오는 근심 걱정을 떨치고 우리 영혼을 드높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하느님을 직접 뵙는 기쁨을 누리며 주님의 강복에 감사드리고 우리의 잘못과 어려움을 고백하고 불결하게 된 영혼을 깨끗하게 하고 새롭게 하여 전능하신 주님의 능력으로 내일을 향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