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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영성/말씀과 함께

백인 대장의 큰 덕

 

백인 대장의 큰 덕 (마태오 8,5-13)

암브로시오스 조성암 대주교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가운데 병에 걸리기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병에 대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우울함을 느끼고 마음속에 즉각 안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됩니다. 그리고 이것은 자연스러운 것인데, 병과 죽음은 하느님이 창조하신 것이 아니라, 첫 피조물들의 타락으로 세상에 전해진 나쁜 유산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를 이런 어려운 상태에서 해방시켜 주시기 위해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첫 피조물들이 지었던 원죄라는 무거운 짐을 다 짊어지셨습니다. 그리고, 첫 피조물들이 타락 전에 하느님으로부터 받았던 모든 선물과, 잃어버린 낙원을 우리에게 다시 베풀어 주셨습니다.

 

  이를 알 수 있는 한 가지 증거는,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영혼과 육신의 건강을 주시는 것 외에도, 3년간 이 지상에서 머무실 때 많은 이들의 병을 치유하신 것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서 언급하고 있는 내용도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복음 말씀을 살펴보면, 그리스도께서 가파르나움으로 들어가셨을 때 한 백인대장이 다가와 말하였습니다. “주님, 제 하인이 중풍병으로 집에 누워 몹시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그리스도께서는 “내가 가서 고쳐 주마.”라고 대답하셨습니다. 그리고 정말이지, 그리스도의 신성한 도움으로 인해 하인은 바로 병이 낫게 되었습니다.

 

  이 치유의 기적에서 백인대장은 세 가지 큰 덕을 행하였습니다. 어떤 덕들일까요?

 

  첫 번째 큰 덕은 하느님에 대한 전적인 믿음이었습니다. 백인대장이 그리스도께 다가와 이야기할 때, 그리스도께서 자신의 하인을 치유해 주실 수 있을 거라는 완전한 믿음을 가지고 왔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백인대장의 다음과 같은 말을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 “그저 한 말씀만 하시면 제 하인이 낫겠습니다. 저도 남의 밑에 있는 사람입니다만 제 밑에도 부하들이 있어서 제가 이 사람더러 가라 하면 가고 또 저 사람더러 오라 하면 옵니다. 또 제 종더러 이것을 하라 하면 합니다.”

 

  백인대장은 우리에게, 우리가 그리스도께 요청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이 우리의 유익을 위한 것이라면, 그리스도께서 들어주실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간청해야 함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도 직접 “구하라, 받을 것이다. 찾으라,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리라, 열릴 것이다.”(마태오 7:7)라고 우리에게 약속하셨습니다.

 

  백인대장의 두 번째 큰 덕은 자기 하인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었습니다. 이는 하인의 건강에 대한 관심에서 볼 수 있습니다. 백인대장은 자기 자식을 위해서가 아니라, 하인을 위해 간청하려고 그리스도를 찾아왔습니다. 그 당시 하인들은 가치가 매우 낮은 존재였습니다. 우리가 이 점을 생각한다면, 백인대장이 자기 하인에게 보인 사랑이 얼마나 큰 것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기 자식을 사랑하는 것은 쉽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자식을 사랑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쉽습니다. 하지만 하인이나 동료를 사랑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에게 말이 아닌 행동으로 사랑하고, 모든 사람들, 심지어는 원수까지도 사랑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백인대장의 세 번째 큰 덕은 깊은 자기반성입니다. 그는 자신은 죄인이고, 하느님께는 합당하지 않은 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은 그리스도께서 하인을 치료하러 백인대장의 집으로 갈 것이라 하셨을 때 보인 그의 반응에서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주님, 저는 주님을 제 집에 모실만한 자격이 없습니다. 그저 한 말씀만 하시면 제 하인이 낫겠습니다.”

 

  자기반성은 아주 큰 덕으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삶에 대해 반성하지 않고서는 회개할 수도 없고 구원을 받을 수도 없습니다. 자기반성 없이는 우리의 죄를 파악할 수도 없고, 죄를 고백할 수도 없고, 우리의 영적 빈곤함에 대해 눈물을 흘리며 겸손해질 수도 없습니다. 자기반성이 없다면 우리는 우리가 완전하고, 구원받았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백인대장은 우리에게 이상에서 말한 세 가지 덕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그 세 가지를 다시 말씀드리자면, ‘하느님에 대한 믿음’, ‘다른 사람들에 대한 사랑’, ‘자기반성’입니다. 우리가 구원받기 위해서는 우리는 죄인이고 하느님의 자비가 전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 세 가지 덕이 백인대장의 하인을 치유하는 기적의 원인인 된 것입니다. 우리도 이 세 가지 덕을 가지고 있다면 그리스도께서는 항상 우리와 함께 계실 것입니다. 또 우리를 영적, 육적 질병으로부터 보호해 주실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