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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신앙/오늘의 축일

[3월 14일] 성 베네딕도스 수도자

 

성 베네딕도스 수도자 (3월 14일)


성인은 480년경 로마 북동쪽 산악지대의 작은 마을 눌시아의 경건한 그리스도교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로마에서 교육을 받은 성인은 노인의 지혜를 얻음과 동시에 하느님만을 기쁘게 하기 위해 수도자가 되기로 결심하였다. 이후 비밀리에 수비아코로 숨어든 성인은 약 600미터 높이에 있는 한 동굴에서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채 3년을 보내며 수도생활을 하였다. 이때 성인은 찌르레기(blackbird)로 변장한 악마의 유혹을 받고 마침내 그 시험을 물리치기도 한다. 

 

그 뒤 다시 사막으로 거처를 옮긴 성인은 홀로 지내면서 고귀한 덕을 쌓아나갔고 이로써 그를 찾는 제자들이 하나둘씩 늘어갔다. 제자들이 늘어나자 성인은 그들을 열두 개의 수도원에 각각 열두 명씩 나누어 거하도록 하고, 각 수도원마다 한 명씩 수도원장을 두어 수도사 한 사람 한 사람의 영적 성장과 공동생활을 책임지게 하였다. 그리고 성인은 하느님의 능력으로 수도사들의 물질적인 결핍뿐 아니라 마음속의 숨은 생각까지도 들여다보면서 그들이 나쁜 버릇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 사랑으로 질책하기를 머뭇거리지 않았다.

 

529년경 소수의 제자들과 함께 수비아코를 떠난 성인은 로마와 나폴리 사이의 고봉(高峰) 몬테 카시노로 갔다. 그런데 그곳에는 아폴로신에게 바쳐진 신전이 하나 있었다. 성인은 곧 그곳의 우상들을 때려 부수고 제단을 헐어버린 다음 뚜르의 성 마르땡 주교(11월 11일) 이름으로 명명된 성당으로 바꾸어 버렸다. 그리고는 그곳에 살던 이들을 사도적 가르침으로써 그리스도인으로 개종시켰다.

 

성인은 기근이 심할 때 기도를 통해 수도원의 밀과 기름이 풍성히 수확되도록 하기도 하고, 기도로써 죽은 아이를 살리기도 하였다. 또한 예배를 균형 있게 조직하여 누구나 쉽게 예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 이것은 동방 교부들의 전통과 당시의 로마 관습에 기초하여 만든 결과였다. 한편 성인은 기도를 통해 하느님과 언제나 친교하면서도 수도사들과 함께 손을 써서 작업하는 것을 하찮게 여기지 않았다. 

 

전쟁과 침략의 시대를 살다 간 성인은 롬바르드족에 의한 로마의 쇠락을 예견하면서 살아있는 마지막 시기 동안에 유명한 ‘규칙서’를 썼다. 이 규칙서는 영적인 분별력과 함께 철저히 라틴적인 절제성으로 가득 찬 뛰어난 기록으로서 서방의 수도자들에게는 참으로 헌장(charter)이 될만한 것이었다. 성 빠꼬미오스와 성 대 바실리오스 그리고 성 카시안 등의 거룩한 교부들의 저술과 자신이 세운 수도원에 확립되어 있는 제도 등에 기초를 둔 이 규칙서를 통해 성인은 공동으로 생활하는 수도원의 규칙과 규정들을 설명하고 있다. 

 

성인은 자신의 여동생 성 스콜라스티카(2월 10일)의 마지막 임종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성인 자신의 마지막 날이 왔음을 모두에게 알려주고는 바로 심한 열병에 걸리고 만다. 성인은 몸소 성당으로 가 성체와 성혈을 영한 다음 곧추서서 손을 들어 하늘로 향한 채 기도문을 외우면서 마지막 숨을 내쉰 뒤 안식하였다.(560년경) 후에 성인의 성해에서는 많은 기적들이 일어났다. 롬바르드족이 수도원을 파괴한 뒤 성인의 성해는 잊혔다가 8세기초에 와서 몇몇 수도사들에 의해 다른 수도원(Saint-Benoit-sur-Loire)으로 옮겨져 오늘날까지 보존되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