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아가피오스, 디몰라오스 외 6인 순교자들 (3월 15일)
박해의 시대
디오클레티안 황제(284-305) 시절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대 박해의 둘째 해(305년)에 팔레스틴의 통치자는 우르바누스였다. 그는 자신이 다스리는 지역의 모든 거주민들이 황제의 명을 따라 희생제사를 드리도록 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팔레스틴의 케사리아에서 큰 잔치를 열고 황제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그리스도인들을 맹수들의 먹잇감으로 집어던지게 하였다.
원형 경기장
이때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 때문에 붙잡힌 여섯 명의 젊은이들이 등 뒤로 손을 묶인 채 많은 군중이 모여 있는 원형 경기장 안으로 끌려 들어왔다. 그런데 그들은 자신들이 바로 그리스도인이라고 큰 소리로 외치면서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 가운데 디몰라오스는 소아시아의 폰투스 출신이었고, 디오니시오스는 페니키아의 트리폴리에서 왔으며, 로물루스라고 불리는 한 젊은이는 디오스폴리스 교회의 차보제(sub-deacon)였다. 알렉산더와 파이시오스는 이집트인들이었고, 또 다른 알렉산더는 가자 출신이었다.
젊은이들이 흘린 순교의 피
처음 이들 젊은이들을 본 통치자는 그들의 의연하고 당당한 태도에 잠시 넋을 잃고 멍하니 바라만 보다가 이윽고 정신을 차리고는 그들을 모두 감옥에 가두도록 명령하였다. 며칠 뒤 아가피오스라는 또 다른 젊은이가 감옥에 다시 갇혔는 데, 그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이미 앞서서 온갖 고문을 당하고 있던 터였다.
그리고 이어서 또 다른 디오니시오스라는 젊은이가 붙잡혀 왔는데 그도 또한 그리스도인들을 동정하고 도왔다는 죄목이었다. 이들 여덟 명의 젊은이들은 모두 조금도 굴함이 없이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담대하게 고백하였다. 그리고 마치 한 사람처럼 같은 날 모두 목이 잘려 순교하였으며, 이로써 승리의 왕관을 쓰고 하늘나라에 오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