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사랑하는 방법
다니엘 나창규 신부
어느 날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이 아버지에게 물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인데 왜 많은 사람들이 배고파하고 있나요?"
아버지가 대답했다. “하느님께서는 분명히 온 세상 사람들에게 서로가 갖고 있는 것을 풍성히 나누어 먹도록 부탁했지만 부탁받은 사람들이 깜박 잊고 있나 보구나.”
그렇다. 주님께서는 “서로 사랑하며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라고 명하셨다. 성탄절과 새해를 맞이하고 있는 기쁜 기간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몰아닥친 경제 공황으로 말미암아 많은 사람들이 물질적인 손실로 인해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도 그리스도인의 사명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요즈음 마음속에 담아 두어야 할 이야기가 있다.
동방박사가 베들레헴으로 아기 예수를 경배하기 위해 길 떠났을 때에 아르트바락도 함께 가기로 되어 있었다. 그는 자신이 갖고 있던 모든 재산을 정리하여 돈으로 바꾸어 아기주님께 선물할 귀금속 사파이어, 루비와 진주를 구입한 후 바빌론으로 가서 동방박사들과 합류하려고 여행을 떠났다. 여행 중에 그는 강도에게 잡혀 끌려가는 젊은 여성을 발견하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지니고 있던 사파이어를 강도에게 건네주고 그녀를 구했다. 일을 마치고 바빌론에 도착하였으나 너무 늦어 동방박사들은 이미 도시를 떠나버렸기 때문에 혼자서 긴 여행을 떠났다. 드디어 예수님께서 탄생하신 베들레헴으로 들어왔으나 이곳에서도 병사들이 어린 아기와 어머니를 붙잡아 살해하려는 장면을 목격하고는 병사들에게 갖고 있던 루비를 주며 이들의 생명을 구했다. 그는 아기 예수로 오신 주님을 찾기 위해 유다 지방을 두루 다니면서 33년이란 긴 세월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찾던 분이 십자가형으로 처형된다는 소식을 듣고 골고타로 달려가던 중 또다시 어린 소녀가 병사들에게 끌려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때 아르타바락은 자신이 지니고 있던 마지막 보물인 진주를 주며 그 소녀를 풀려나게 했다. 아기 예수님을 뵙고 경배하려고 고향을 떠난 지 33년이란 긴 세월이 지나 드디어 주님을 찾게 되었지만 예수님은 십자가형을 받으려는 순간이었다. 그는 무릎을 꿇고 통곡을 하며 외쳤다. “주님을 십자가형에서 풀어드릴 재물을 다 써버려서 이제는 빈털터리가 되어 주님을 구해 드리지 못하게 되었으니 용서해 주십시오.”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고통을 받을 때에 너는 나를 도와주었다.” “주님, 제가 언제 주님을 만났다는 말씀입니까?” “너희 가운데에 굶주리고 헐벗고 고통받는 이 사람들을 도와준 것이 바로 나를 도와준 것이다."
성당에서 혹은 가정에서 주님만을 바라보며 경배하는 경건한 자세도 중요하지만 지금 이 시간에 바로 우리 주변에서 만나고 어울리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사랑을 베풀고 따뜻이 맞이하는 희생의 생활이 바로 주님을 사랑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