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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영성/말씀과 함께

혹시 우리는 ‘일요일의 그리스도인’은 아닌지요?

 

혹시 우리는 ‘일요일의 그리스도인’은 아닌지요?

암브로시오스 조성암 한국 대주교


성 사도 바울로는 고린토인들에게 “우리는 무슨 일에나 하느님의 일꾼으로서 일할 따름입니다.”(2 고린토 6,4)라고 쓰고 있습니다. 그런 다음, 매일 같이 겪은 사건들을 일곱 절에 걸쳐 나열하면서, “무슨 일에나”라는 구절이 의미하는 바를 설명합니다. 이 내용은 과연 바울로 자신과 동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그들 역시 “하느님의 일꾼”으로서 일하기를 권고하는 것으로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는 환난과 궁핍과 역경도 잘 참아냈고, 매질과 옥살이와 폭동도 잘 겪어냈으며 심한 노동을 하고 잠을 못 자고 굶주리면서도 그 고통을 잘 견디어냈습니다. 우리는 순결과 지식과 끈기와 착한 마음을 가지고 성령의 도우심과 꾸밈없는 사랑과 진리의 말씀과 하느님의 능력으로 살고 있습니다.”(2 고린토 6,4-10)

 

사도 바울로의 이 말씀은 매우 중요하며 자신과 그의 동료들뿐 아니라 모든 시대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해당하는 것이기에 우리는 이 말씀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바울로 사도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은 우리는 모든 일과 우리 생활의 모든 측면에서 하느님의 일꾼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바울로 사도는 왜 “무슨 일에나”라고 강조할까요? 이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저지르는 큰 실수를 지적하기 위함입니다. 그 실수란 바로, 그리스도인이라는 자신의 신분을 삶에서의 특정한 상황과 경우에만 한정 짓는 것입니다. 

 

그들은 말하자면 “일요일의 그리스도인”인 것입니다. 그들은 정기적으로 교회에 나가서 고귀한 성체성혈 성사에 참여는 하지만, 성당을 떠나는 순간,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자신의 삶이 “예배 후에 이어지는 예배(liturgy after the Liturgy)”가 되도록 하기는커녕, 교회에 무관심한 자들이나 심지어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이들의 삶과 다름없게 만듭니다. 예를 들면, 남과 자주 다투고, 물질적 욕심이 많고, 쾌락을 추구하고, 남에 대한 복수심이 있고, 사랑이 없는 모습 등이 그렇습니다. 그리하여 교회 밖의 사람들이 그리스도인 전체를 비방하고 조롱할 여지를 남기곤 합니다.

 

우리 모두 “일요일의 그리스도인”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우리의 행동으로 다른 사람들이 문제의식을 느끼거나 죄를 짓게 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겠습니다. 우리의 그리스도인 답지 않은 행동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면, 그리스도께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 것이 우리에게도 적용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를 믿는 이 보잘것없는 사람들 가운데 누구 하나라도 죄짓게 하는 사람은 그 목에 연자맷돌을 달고 깊은 바다에 던져져 죽는 편이 오히려 나을 것이다.”(마태오 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