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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영성/말씀과 함께

모든 천군 천사 축일 (11월 8일)

미카엘과 가브리엘 대천사

 

모든 천군 천사 축일 (11월 8일)

(소티리오스 대주교)


우리는 신앙의 신조 첫 부분에서 하느님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창조하신' 믿음을 고백합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보이지 않는 창조물 중에는 거룩한 천사들도 포함됩니다.

성서에서 알려주는 바와 같이 하느님께서는 땅, 태양, 별 등 물질 세계를 창조하기 전에 거룩한 천사들을 창조하셨는데 그 내용이 구약성서 욥기에 다음과 같이 나옵니다.

 

“그때 새벽별들이 떨쳐 나와 노래를 부르고 모든 하늘의 천사들이 나와서 합창을 불렀는데,” (욥기 38,7)

 

천사들은 우리와 같은 육신을 가지고 있지 않은 영적 존재이기에 사람의 눈으로는 볼 수 없습니다. 반면에 천사들은 하느님께서 주신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사람의 몸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천사들은 악한 영의 공격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고,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도록 인도합니다. (히브리서 1,14 참조)

 

세례 성사에서 사제는 이렇게 기도합니다.

"일평생 빛의 천사를 수행케 하시어, 그를 거스르는 온갖 흉계와 악신과의 만남과 대낮의 악마와 사악한 생각에서 지켜 주소서"(세례성사와 견진성사 예식서 35쪽).

이 기도를 드리는 순간부터 세례자들은 자신만의 수호천사가 곁에 있게 됩니다. 

 

우리가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될 사실이 있습니다. 우리가 잠들었을 때 천사는 밤을 새웁니다. 우리가 어디를 가든지 동행하고 위험에 처할 때 보호해 줍니다. 우리에게 악령의 화살이 닥칠 때, 방어 할 수 있는 힘을 주고, 여러 문제에 직면할 때마다 올바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현명한 생각을 하게 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각자에게 수호천사를 붙여 주시어 도움을 주도록 하신 하느님의 크신 자비를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까? 내 곁에 나의 수호천사가 언제나 함께 있다고 느낀다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더 아름다울지 여러분은 깨달았습니까? 

거룩한 천사가 내 옆에 있다는 것을 의식한다면 그리고 내 말을 듣고, 내 행동을 보고, 내 생각과 계획을 알고, 나의 욕망을 알고 있다면 과연 우리가 죄를 지을 수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부도덕한 행위, 강도, 살인 등은 비밀리에 어둠 속에서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일어납니다. 그럴진대 나의 죄짓는 모습을 거룩한 나의 수호천사가 보고 있음을 내가 인식한다면 과연 그 앞에서 이런 행위를 할 수 있을까요? 내 안에 숨어있는 교활한 욕망 때문에 거짓말하고, 누군가에 대해 험담과 비난을 한다면 거룩한 나의 수호천사 앞에서 얼마나 부끄러운 모습이 되겠습니까? 사실, 나의 수호천사는 내 행위와 말만 보고 듣는 것이 아닙니다. 천사는 하느님처럼 영적인 존재로서 내가 생각하는 것까지도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하느님으로부터 예언의 은총을 받은 성 빠이시오스나 성 뽀르피리오스 같은 성인들이 사람들의 내면을 꿰뚫어 보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성인도 이런 능력을 갖췄는데, 하물며 천사는 얼마나 더 큰 능력을 갖추고 있겠습니까? 우리가 이것을 명심한다면 내 영혼을 오염시키는 부정한 생각과 교활함을 받아들이지 않도록 조심하지 않을까요?

 

천사는 우리를 죄짓는 행위와 말과 생각으로부터 미리 보호해 주는 것 외에도 매일 직면하는 신체적, 정신적 위험에서도 보호해 줍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사탄은 성서의 말씀대로 “여러분의 원수인 악마가 으르렁대는 사자처럼 먹이를 찾아 돌아다닙니다.”(베드로 1서 5,8) 계속해서 우리를 공격해 옵니다. 의인 욥을 얼마나 많이 괴롭혔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수호천사는 교활한 적들의 공격에서 우리를 보호해줍니다. 우리가 영적인 눈을 가지고 있다면 악령의 화살로부터 그리고 다양한 위험의 덫을 놓아서 죄에 빠트리게 하려는 계략으로부터 보호해 주기 위해 계속해서 수호천사가 우리를 위해서 싸우는 것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므로 우리를 사랑하고 우리의 구원을 위해 수고하는 모든 거룩한 천사들에게 감사해야 합니다. 그 감사를 전하기 위해 매일 밤, 석후소과 끝부분에 ‘수호천사에 드리는 기도’를 올립니다.

그 기도를 통해 우리를 보호해 주심에 감사를 드리고, 우리가 죄를 지어서 슬프게 한 일들을 용서해 달라고, 또 우리를 위험에서 내버려 두지 말라고 기도합니다. 물론 모든 예식에서 하느님께 "평화의 천사를 보내시어 우리의 몸과 마음을 보호하시고, 우리를 바른길로 인도하소서"라고 간구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의 선한 수호천사가 싫어하는 일을 살아가면서 하지 맙시다. 그리고 우리가 의로운 행위를 함으로써 하늘의 왕국으로 인도될 때까지 강력한 수호천사들의 보호가 계속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아멘

 

(2019년 11월 3일 강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