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제는 성찬예배를 드릴 때 그렇게 자주 교인들을 향해 "모든 이에게 평화"라고 기원하나요? 그리고 '평화'라는 말속에는 어떤 깊은 의미가 있나요?
평화는 그리스도께서 사람들에게 주신 큰 선물입니다. 그리스도께서 태어나신 날 밤에 천사들이 목자들에게 나타나 "땅에서는 사람들에게 평화"라고 찬양했습니다. 또한 그리스도께서는 부활하신 후 다락방에 모여 있는 열한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요한 20,19)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약점이 많은 인간이기에 성찬예배를 드리는 동안 예식에 집중하지 못하고 잠시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성찬예배에서 중요한 순간이 되면 사제는 교인들을 향해 돌아서서는 "모든 이에게 평화"라고 말합니다. 그런 순간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거룩한 복음경을 봉독하기 전 : 우리 마음이 평화롭지 않다면 하느님의 말씀이 우리 마음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 성찬예배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인 봉헌된 예물이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하기 전 : 이때에 우리 마음속에는 흔들림이나 다른 사람에 대한 적개심 따위가 없어야 하며 오직 하느님의 평화와 사랑만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사제는 "서로 사랑하고 한 마음으로 믿고 고백합시다."라고 말합니다.
- 주의 기도를 드리고 난 후 성찬을 받으러 나가기 전 : 평화의 주관자이신 그리스도께서는 평화롭지 않은 마음 속에는 들어오실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 평화로운 마음으로 성당을 나서고 그 평화를 우리 삶에서 간직할 수 있도록 사제는 성찬예배가 끝나갈 무렵에 "평화로운 마음으로 헤어집시다."라고 기원합니다.
초대 교회 때부터 비단 예배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평화'라는 말은 자주 사용되었습니다.
평화는 주 예수 그리스도 우리 하느님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하느님은 "평화의 하느님"(로마 15,33; 고린토 전 14,33; 필립보 4,9)이시며, 우리에게 주시는 평화는 "하느님의 평화"(필립보 4,9)이며, 이 평화를 하느님께서 직접 우리에게 내려주십니다.(갈라디아 1,3; 에페소 1,2) 하느님의 복음은 평화의 복음입니다.(에페소 6,15) 그리고 주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이십니다."(에페소 2,14) 이렇듯 정교인들에게 평화는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구원을 위해 하신 일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신약에서 평화는 하느님의 사랑의 선물입니다. 사회에는 경쟁심, 배반,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는 이기심들이 팽배합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라는 진실된 믿음을 가지고 있는 신자들은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주고 간다. … 걱정하거나 두려워하지 말라."(요한 14,27) 주님께서 주시는 이 평화는 죄의 굴레에서 자유를 얻은 인간의 복된 영적 상태입니다. 즉 사랑으로 주님과 연결되고 하나가 되었다는 확신이 가져다주는 안정되고 고요한 영혼의 상태입니다.
예식의 집전자가 "모든 이에게 평화"라고 기원하는 것은 신자들이 희생과 사랑으로 주님에게 조금 더 다가갈 수 있게 하려는 것입니다. 마음의 평화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분명 예배를 통해서 더 많고 풍부한 영적 열매를 얻어 갈 것입니다.
불행히도 주님과 멀어진 사람들은 평화를 누리지 못합니다. 그들은 자기 형제자매들까지도 미워하고 시기합니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과 평화롭지 못한 사람들은 주님과의 평화도 누릴 수 없습니다. 주님의 피조물을 미워함으로써, 그의 창조주와의 관계까지 망가뜨리는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역으로 평화의 근원이신 주님과의 관계를 끊은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과도 좋지 못한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진정 겸손한 마음으로, 온 영혼을 다해, "평화의 왕"(이사야 9,6)이신 그리스도께, 우리 영혼에 평화, 우리 가정과 사회에 평화, 우리 민족에게 평화를 내려 주시길 간절히 빌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