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사비노스 순교자(3월 16일)
경건한 이집트인
이집트 나일강 지역의 헤르모폴리스에 있는 이름난 가문에서 태어난 성인은 그리스도교를 지지하고 후원함으로써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또한 이 같은 까닭으로 디오클레티안 황제의 대박해가 행해졌을 때(303년경), 황제의 군인들이 잡고자 하는 표적이 되었다.
성인은 다른 그리스도인 6명과 함께 도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한 작은 오두막집에 몸을 숨겼으며, 이곳에서 이들은 금식과 기도생활을 계속하였다. 그러나 불행히도 성인은 자선을 베풀었던 한 거지의 밀고로 말미암아 모두가 붙잡혔고, 통치자 아리아노스 앞으로 끌려갔다.
온전한 정신으로 믿는다
성인의 신념과 용기를 확인한 통치자는 그의 결심을 바꾸겠다는 생각으로 잔인하게 매질을 하기 시작하였고 마침내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하였다. 그래도 성인이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자 누군가가 성인이 정신을 잃었다고 소리쳤다. 그러나 성인은 단호한 목소리로, “나는 정신이 온전하다. 내가 악마에게 희생제사를 바치기 위해 그리스도를 부인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야 말로 바로 이 때문(정신이 혼미하지 않고 온전한 것)이다”라고 대답하였다. 이런 일이 있은 후에 통치자와 성인, 그리고 군인들이 도시로 들어가기 위해 함께 배를 타고 강을 건널 때, 갑자기 배가 심하게 요동쳤고 거의 파손된 채 간신히 건너편에 닿게 되었다.
그리스도의 증인
아리아노스는 성인을 법정에 나오게 하고는 마술(魔術)로써 폭풍을 일으켜 배를 위험에 빠트린 것이 아닌지 캐물었다. 그리고는 성인을 땅바닥에 눕히고 사지를 붙들어 맨 다음, 불로 온몸을 지지며 고문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성인은 조금도 동요함이 없이 계속하여 그리스도를 고백하였다. 마침내 사형선고를 받은 성인은 배를 타고 강 한가운데로 끌려가 발에 무거운 돌을 매단 채로 던져졌다. 던져지기 전 성인은 자신이 사흘 뒤에 발견될 것이라고 예언하였다. 3일이 지나고 그리스도인들은 성인의 예언대로 강둑에서 유해를 찾을 수 있었으며, 예를 갖추어 합당한 장례를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