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개와 고백 성사에 대해서..
* 본 글은 '우리가 우리의 죄를 고백하면서 일부를 발췌했습니다.
“만일 우리가 죄 없는 사람이라고 말한다면 우리는 자신을 속이는 것이고 진리를 저버리는 것이 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의 죄를 하느님께 고백하면 진실하시고 의로우신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고 우리의 모든 불의를 깨끗이 씻어 주실 것입니다."(요한1서 1,8~9)
우리는 유일한 빛이신 그리스도께 믿음으로 가까이 다가가서 무지(無知)와 잡다한 거짓 신들의 어두움을 부정하고 세례를 받음으로써 그리스도인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이제 우리는 그리스도의 지체이자 성령이 머무는 그릇이 된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언제나 성찬 예배에서 그리스도의 거룩한 몸과 피를 먹고 마심으로 "주님과 같은 모습으로 변화하여 영광스러운 상태에서 더욱 영광스러운 상태로 옮아가는”(고린토 3,18) 영적 순례를 계속함으로써 완전성과 신화(神化)를 향해 계속 전진하며 우리의 모본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같은 모습으로 변모하기 위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항상 앞으로 전진하고 또 위를 향해 나아가는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가 되어서 하느님을 향해 전진하기는커녕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고 하느님과의 접촉을 잃고 마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죄는 우리와 하느님 사이에 장벽을 쌓고
우리는 자주 우리의 구원을 증오하는 마귀의 뒤를 따라 죄를 저지르게 됩니다. 그런데 죄는 (그것이 어떤 죄이든지 간에) 우리를 하느님으로부터 분리시키고 우리와 하느님 사이에 높은 장벽을 쌓아 놓게 만듭니다.
이것은 주님의 모든 은혜와 자비로우신 사랑 그리고 성찬예배에서 주님과 같은 식탁에 동참했던 우리가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고 하느님의 적이 되는 진정으로 슬픈 일인 것입니다.
더욱이 인간의 구원을 증오하는 악마의 유혹에 휩쓸려 죄를 짓고 구원받을 희망을 점차 잃어버린다면 그것은 더욱 못 견딜 일입니다. 마치 질병이 육신을 파멸하듯이 악마도 영적인 세균을 우리 영혼에 주입해서 정신적 혼란으로 죄를 짓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자애로우신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자주 악마의 유혹을 받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시기 때문에 우리에게 회개와 고백 성사를 통해서 하느님과 다시 화합하고 하느님 아버지의 집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주셨습니다. 다시 말해서 회개와 고백 성사를 통해서 우리의 죄는 씻기움을 받고 우리와 하느님 사이의 친교 관계는 다시 회복되는 것입니다.
회개와 고백 성사는 우리의 신앙생활을 올바르게 교정시켜 주고 죄로 인한 상처를 깨끗이 치유하며 우리의 영혼을 위협하는 영적인 죽음을 철폐시켜 줍니다.
따라서 회개와 고백 성사는 가장 자애로운 성사이며, 상처투성이인 하느님의 자녀들을 향한 주님의 사랑이 나타난 성사입니다.
친교 관계가 다시 회복되어야
회개는 회개와 고백 성사의 첫 단계입니다. 좀 더 확실하게 말한다면 회개는 우리의 죄가 용서받기 위해 필요한 전제 조건입니다. 회개는 또한 온 마음과 힘을 다해 모든 죄를 힘껏 거부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는 우리의 행위와 생각과 사고방식을 바꾸고 일상적으로 저지르는 죄를 거부하고, 구체적으로 잘못한 일을 다시는 저지르지 않겠다고 마음먹으며, 옛 생활로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노라고 확고한 결심을 하는 것이 바로 회개인 것입니다.
따라서 회개는 우리가 주님의 진영으로 구원받을 사람들의 대열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기에 회개는 우리가 구원받기 위해서 반드시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입니다. 왜냐하면 회개 없이는 구원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진정 참회하는 마음으로 고백을 해야
자신의 죄를 마음 깊이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 하느님 앞에 나아가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면서 하느님의 자비를 구하는 행위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자신의 죄를 깨달은 사람은 고백 신부 앞에서 자신의 잘못과 욕정과 영적인 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당연히 지켜야 할 일 중에서 지키지 않은 것들을 솔직하고 꾸밈없이 다 털어놓아야 합니다.
고백 신부는 영적 스승으로서의 은사를 받은 사람으로 그리스도의 역할을 대신 맡은 사람입니다. 하느님 그리스도께서는 제자들에게 성령의 은총으로 죄를 사하는 권한을 주셨습니다. “성령을 받아라. 누구의 죄든지 너희가 용서해 주면 그들의 죄는 용서받을 것이고 용서해 주지 않으면 용서받지 못한 채 남아 있을 것이다."(요한 20,22~23) 그리고 이 죄를 사하는 권한은 제자들을 통해 오늘날 그들의 후계자들에게 계승된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고백 신부 앞에서 고백을 하는 것은 바로 주님께 고백을 하는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비록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우리가 고백하는 장소에 계시면서 우리의 회개를 받아들이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진정으로 참회하는 마음을 갖고 고백을 해야만 합니다.
대 바실리오스 성인은 "우리가 우리의 죄를 낱낱이 고백하는 행위는 마치 육신의 상처를 드러내 보이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가 육신의 상처를 아무에게나 함부로 보여주지 않고 오직 치유할 능력이 있는 의사에게만 보여주듯이, 우리의 죄를 고백하는 일도 우리를 치유할 능력이 있는 고백 신부에게만 해야 합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아무리 고통스럽고 수치스러운 일이라 해도 영혼의 의사인 고백 신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겸손하게 내보여야만 합니다. 그리고 고백 성사에서는 그 어느 것도 숨겨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고백하지 않은 상처는 치유되지 않은 채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시리아의 이사악 성인도 고백성사와 관련해서 “우리가 회개를 하지 않은 죄를 제외하고는 주님께서 용서하시지 않는 죄는 없다"라고 강조합니다.
그리스도와 친교를 맺고
그렇다면 회개와 고백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이겠습니까? 이것은 물론 죄를 깨끗하게 씻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죄를 씻기 위해서만이 우리가 회개를 하고 고백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와 더불어서 생각할 것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친교를 맺고 우리가 영원한 그분의 왕국에 들어가기 위해서입니다. 다시 말해서 성찬예배를 드리고 주님의 거룩한 몸과 피를 영함으로써 주님과 한 몸으로 결합되며, 거룩한 사도들과 순교자들과 정의로운 이들이 참석하는 성스러운 식탁에 동참자가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요한 크리소스톰 성인은 "깨끗한 양심으로 합당하게 주님의 몸과 피를 모시는 사람은 악마도 쫓을 수 있는 엄청난 힘을 갖게 된다.”라고 강조합니다.
이처럼 우리는 회개와 고백성사를 통해 주님과 결합되며, 지금부터 하느님의 왕국으로 들어가는 것이며, 온통 기쁨과 빛에 넘쳐서 천사들과 함께 '알렐루야'를 외치며 주님을 영원히 찬양하게 되는 것입니다.